모레면 "설"이 되는 날, 저녁에 지인(知人)들끼리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하였습니다. 약속장소로 가기 위하여 약속 시간이 될 무렵, 샵의 문을 닫고, 버스 정류장으로 갔습니다. 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었습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뺨을 때리는 매서운 바람은 겨울추위의 위용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약20분정도 서 있는 동안, 뺨은 꽁꽁 얼어서 얼얼하였고, 머리도 찌끈거릴 정도로 아팠습니다.

마침, 기다리던 버스가 와서 버스에 올랐고, 자리에 앉자, 버스 안의 히터가 만들어 놓은 따뜻함이 제 얼얼한 뺨을 녹여주었습니다. 한10분쯤 지나자, 찌끈거리던 머리도 조금 통증이 가시면서 덜 아팠습니다. 그제서야 정신이 조금 들어서, 버스 안도 살펴보고, 버스 바깥 풍경도 살펴보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버스 운전기사 분이 히터를 알맞게 틀어놓아서 버스 안은 기분좋을 만큼 따뜻하였습니다.

버스가 한 정류소에 도착하였습니다. 버스 승강장 계단으로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냥 무심하게 승강장 계단을 올라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던 내 귀에 갑자기 밝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환승은 어떻게 하나요?"

환승을 하는 방법을 묻다니, 아직도 환승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버스 승강장을 바라보았습니다. 40대 미만으로 추정되는 젊게 보이는 여자분이었습니다. 부인의 뒤로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둘,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하나, 이렇게 셋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하는 것을 보아서는 일행인 것 같았습니다.

참고로 버스의 환승이란,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사는 대구시에서는 교통카드를 사용할 경우, 버스를 타면서, 교통카드로 버스요금을 결제하면, 1시간 이내에는 같은 번호의 버스가 아니면, 무제한 무임승차를 할 수가 있습니다. 버스에 내려서 지하철을 타는 경우는 1시간 이내이면, 무임승차가 가능하고, 지하철에서 버스를 타는 경우는 지하철을 내려 출구에 나오면서, 교통카드로 출구 카드단말기에 확인하고 나서, 30분이내에 무임으로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지하철과 지하철의 환승은 현재 대구에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교통카드 제도를 시행한 지도 제법 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환승방식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느닷없이 들려오는 "환승은 어떻게 하나요?"하는 말에, 그리고 그 말을 하는 목소리가 젊은 여자분이라는 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버스 운전기사분에게 묻는 그분은 조금도 부끄러워하거나 머뭇거리는 표정이나 자세가 아니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는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는 표정을 지으며, 당당한 자세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밝게 소리내어 웃는 그분을 보면서, 의아하게 생각하던 저는 나도 모르게 마음이 밝아지면서 앞으로 일어나게 될 상황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나 같으면, 어색할 수도 있었을 상황을, 당당하게 풀어나가는 그분을 보면서, 나는 그 상황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질문을 받은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도 어안이 벙벙한 지, 여자분을 바라보면서 아무런 설명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질문을 한 여자분이 교통카드를 카드단말기에 조심스럽게 살짝 갖다 대었습니다. '조심스럽게"라는 표현은 그분이 마치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시도해보는 카드를 카드단말기에 대는 동작이 저에게 그렇게 보였기에 사용하였습니다. 그러자, 카드단말기에서 "환승입니다"하는 멘트가 나왔습니다. 그러자 그분은 아이들을 보면서 환하게 웃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머니가 환승에 대하여 버스 운전기사분에게 질문을 하고,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벌써 버스 안으로 들어와, 버스 제일 뒤쪽에 있는 좌석에 가서 앉아 있었습니다.

자신이 궁금해하던 "환승"이란 문제가 너무나 쉽게 해결되자, 그분은 아이들을 향해 버스 뒷쪽 좌석으로 가는 동안, 여자분의 몸짓에서는 궁금해 하던 것이 해결된 것이 너무 좋다는 표정으로 즐거움이 잔뜩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보기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운전기사 아저씨가 이 여자분을 다급하게 불렀습니다. 즐거운 몸짓으로 아이들에게 가던 여자분은 황급히 운전기사 분에게 돌아갔습니다. "카드를 다시 대세요" 카드단말기에 카드를 갖다대어보라는 요구에 여자분은 얼떨결에 카드를 단말기에 대었습니다. 그러자 "삑" 소리가 나면서 결제가 된 것입니다.

놀란 여자분이 "환승인데 왜 또 돈을 내야하느냐?" 고 놀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아이들 버스 요금은 내야한다" 고 설명을 하자, 여자분이 조금 전에 타고 왔던 버스 운전기사분은 아이들 요금은 따로 계산해서 하던데 하면서 조심스럽게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에게 자그마한 목소리로 항의(?)를 하자, 운전기사 아저씨가 "나도 학생요금으로 계산했어요" 하면서 여자분에게 단말기에 찍힌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면서 "환승은 카드 한장에 한 사람밖에 안됩니다" 하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환승은 교통카드 한장에 한 사람만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아이들도 환승의 혜택을 받고 싶으면, 아이들마다 각자 교통카드를 한장씩 따로 가져야하고, 그 교통카드로 버스요금을 결제해야 합니다.

여자분이 아이들 버스요금을 내야하는 돌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였는지는 확실히 저로써는 알 수가 없었지만, 하여튼 여자분은 상황이 종결되고 나자, 돌발 상황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고, 여하튼 상황이 종결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쁘다는 듯이 금방 밝게 웃으면서 아이들에게 돌아갔습니다. "환승이 안된데, 너희들은 돈을 내야한데"하면서 연신 깔깔거리며 웃는 여자분의 음성을 들으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를 떠 올리고 있었습니다. 차가운 겨울 바람에 얼어붙은 뺨이 버스 안의 훈훈한 히터 열기로 녹으면서 남아 있던 얼얼한 느낌이 한번에 싹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티 한점 없이 맑고 밝은 웃음과 웃음소리에 버스 안이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이었고, 내 마음도 당연히 밝아져 있었습니다.

마치 산소와도 같은 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앉아 있는 버스 맨 뒷자리로 가 앉은 그 여자분은 조금 전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에 대하여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과 연신 깔깔거리면 웃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밝은 모습에 저는 그분의 마음 씀씀이가 부럽기까지 하였습니다. 제가 내릴 정류장에 버스가 도착을 할 무렵, 버스 승강장으로 가면서, 저는 버스 뒷좌석에 앉아 있는 그분을 바라보았습니다. 여전히 얼굴에 밝은 웃음이 가득한 모습으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분이 무안해 할까봐, 얼른 고개를 돌렸고,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자,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저는 인도에 서서 차가운 공기를 한껏 들이켰습니다. 밝아진 마음에 차가운 공기는 정신을 맑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지인들과 약속한 장소로 가면서, 저는 그 여자분에게 한없는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그분으로 인하여 제가 모르고 있던 저의 마음의 틀을 살펴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모르는 부분에 대하여 누구에게나 물어볼 수 있는 당당함이 자연스러움이라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모르는 것을 남에게 물어보는 것을 꺼려하고, 혼자서 어떻게 하던 알아보려고 하거나, 지레짐작으로 내용을 유추하여 판단하는 우(愚)를 범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 남에게 물어보는 것이라는 것을 오늘 명쾌하게 알았습니다. 그리고 남에게 물어본다는 것이 그렇게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남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궁금함을 한껏 즐거움이 가득한 방법으로 남에게 표현할 수 있는 그분의 당당함을 보면서 나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이었던가를 깨달았습니다.

어떠한 상황에 있더라도 자신의 당당함을 잃지 않은 그분의 모습에서 "자존감(自尊感)"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부끄러움은 자존감과는 거리가 먼 개념입니다. 남들이 다 아는 것을 자신이 모른다고 하여서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오늘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모른다는 것을 안 순간, 모르는 것을 남에게 물어서 배운다는 것이 커다란 즐거움이라는 것을 오늘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배운다는 것이 이처럼 커다란 즐거움이라는 것을 오늘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즐거움을 마음껏 표현하는 당당함이 자신은 물론 주위의 다른 사람들까지도 마음을 즐겁게 한다는 것을 오늘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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